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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매일경제] 언젠가 한번은 이런 여행을 『나도 한번은 트레킹, 페스티벌, 크루즈』

2021-05-24

▶언젠가 한번은 이런 여행을 『나도 한번은 트레킹, 페스티벌, 크루즈』 


코로나로 인한 여행업계의 불황은 오히려 20여 년 여행업을 하며 달려온 저자가 잠시 멈춰 선 채 자신의 여행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여행을 떠나는 것이 ‘살아지는’ 게 아닌 ‘살아가는’ 선택이라 좋았다고 밝힌 저자 박윤정은 해외 여행의 벽이 높았던 2000년 초반에 민트투어를 설립, 당시에는 드물었던 ‘문화 콘텐츠가 있는 여행’으로 인기를 모았다. 거대한 빙하 성벽 너머에 얼음 거인이 살고 있을 듯한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의 페리토 모레노 빙하, ‘반지의 제왕’ 속 태고의 판타지 세계를 만날 수 있을 듯한 뉴질랜드 밀퍼드 트랙, 오페라 ‘투란도트’ 무대가 펼쳐지는 오스트리아 보덴호수. ‘트레킹, 페스티벌, 크루즈’라는 제목의 단어만으로도 가슴이 뛰는데, ‘파타고니아’, ‘뉴질랜드’, ‘슬로바키아’, ‘타히티’ 등 책에 실린 나라들의 이름도 여행 마니아들에겐 모두 버킷리스트다. 여행 인포메이션이나 동선을 자세히 기록하는 대신, 그 도시가 지닌 진면목, 그 여행의 실체를 풀어내는데 집중한 책이다. 여행 에세이지만 개인의 감정을 쫙 빼고 담백하게 담아낸 덕에, 독자들은 그녀의 여정을 따라 구체적인 여행의 밑그림을 그릴 수 있다. 섬세하면서도 다정한 그녀의 설명을 따라가노라면 앙드레 지드와 생텍쥐페리가 자주 들렀던 ‘카페 데 나트’에 앉아 지나는 이들을 구경하다가 다뉴브강 크루즈에서 내려 소설 『장미의 이름』에 등장했던 멜크수도원을 찾아 들어가게 된다. 늘 새로운 장소를 발굴해야 하는 여행사 대표라는 특징을 최대한 살려, 사람들이 다 알 만한 유명 도시를 다루는 대신, 파타고니아의 엘 찰튼, 남태평양의 라로통가섬, 지중해의 카르타지 등 낯선 장소들을 많이 다룬 것도 눈에 띈다. 넘쳐나는 여행서적 가운데 신선한 콘텐츠를 수혈해주는 책이다.

박윤정 지음 / 트라이브즈 펴냄

사진설명박윤정 지음 / 트라이브즈 펴냄 

 

▶『열린책들에서 만든 책들 2021』
매년 단행본 뺨치는 두툼한 페이지로 도서목록 총람을 펴내온 출판사 열린책들이 또 ‘열린책들’했다. 창립 35주 년을 맞은 올해는 무려 704페이지 볼륨의 『열린책들에서 만든 책들 2021』을 펴냈다. 1986년 1월 7일 러시아 문학 전문 출판사로 시작, 영미뿐 아니라 유럽 문학 전반으로 확장하며 펴낸 다양한 분야의 책 2064권을 소개한 책이다. 간단한 서평과 책 이름 오른쪽에 인쇄 횟수까지 적어놓은 디테일에는 혀를 내두르게 된다. 밀라노의 미궁 같은 자택에서 펼쳐진 움베르토 에코와의 인터뷰, 스웨덴 벽지인 고틀란드 섬의 농장에서 이뤄진 요나스 요나손의 인터뷰 등 그간 출간해 온 대표적인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인터뷰와 함께 서평, 독서 가이드, 지금까지 출간한 도서들에 대한 소개와 연도별 총 목록을 싣고 있다. 출판사 이미지를 확실히 비주얼라이징하는 동시에 ‘읽을거리’에 대한 지향을 분명히 하며, 종이 책만이 가지는 편집의 아름다움과 소장 가치를 극대화한 열린책들의 도서목록 시리즈는 단순한 서지나 인덱스가 아닌, 비평과 해설, 인터뷰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것이 특징. 특히 올해는 기존의 작가 인터뷰와 독서 가이드 등을 대폭 교체하고, 브로슈어 형태의 인문 분야 도서목록을 따로 발행했다. 폴 오스터가 코로나 기간에 발표한 에세이 『스타니슬라프의 늑대들』의 전문과 함께 알바로 시자의 건물 사진으로 유명한 페르난두 게하가 찍은 미메시스 아트뮤지엄 컷도 함께 실려 있다. 표지만 봐도 다들 아는 열린책들만의 심플한 시그니처 스타일의 디자인과 함께 열린책들의 예술서 브랜드 ‘미메시스’가 펴낸 미술, 디자인, 건축, 그래픽 노블 등의 목록도 별도 단행본으로 구성했다. 전집을 통해 작가의 전체적인 작품 세계를 드러내 보여주는 열린책들답게 인터뷰 뒤에는 각 작가의 작품이 그려온 지형도를 비주얼로 이해하기 쉽게 구성했다. 움베르토 에코를 다룬 ‘에코의 나무’ 편에선 ‘미학과 예술사’, ‘문학과 저널리즘’, ‘기호학과 언어학’ 등을 큰 뿌리로, ‘적을 만들다’,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며 화내는 방법』 등을 잔가지로 분류하거나, ‘프로이트 전집 잘 감상하는 법’ 코너에선 ‘정신분석학에 대한 관심도 많고 여기저기서 들어 본 것도 있는데 개념 정리가 잘 안되는 독자’에게 ‘정신분석학의 기본 개념들을 설명하고 있는 『무의식에 관하여』와 『쾌락 원칙을 넘어서』를 추천’하는 식이다. 출판사 직원들 사진이 책 연보와 함께 인쇄돼 있으며, 크레딧 섹션에 ‘열린책들 책을 만들어가는 사람들’과 ‘책을 만든 사람들’ 란을 따로 마련해 둔 것도 ‘책을 만드는 행위’에 대해 가지는 출판사의 서정적인 프라이드를 보여준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779호 (21.05.18) 기사입니다]
https://www.mk.co.kr/news/culture/view/2021/05/488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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